[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최근 여러 논란 끝에 ‘분산 에너지 활성화 법’이 통과되면서 향후 지역 중심의 에너지자립 모델 확산을 위한 주춧돌은 어렵게 마련되었으나, 국내 전력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본격적인 분산 에너지 활성화 시대로의 진입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보급 확대가 불가피한 재생에너지원은 국내에서도 보급이 가속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기술적으로는 시기상조로 평가받는 수소, 암모니아 등 시장에서의 자생적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무탄소 전원의 보급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과 더불어 전력시장 운영 측면에서의 여러 변수로 인한 전력공급의 유연성 확보가 향후 전력시장에서의 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열과 전력 생산의 가변적 특성을 갖는 집단에너지 산업도 향후 전력 수요에 대한 유연성을 좀 더 확보하는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며, 결과적으로 미래 집단에너지 산업의 시장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적으로 열병합발전 방식을 근간으로 하는 집단에너지 산업은 상기한 전력 수요의 변동성 흡수에 매우 유용한 기술적, 산업적 대안이라 할 수 있으나 현행과 같은 전력 생산 비중이 높은 운영 방식으로는 상기한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향후 국내외 탄소 및 에너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여 국내 집단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집단에너지 산업은 전력 이외에 난방 시장에만 집중되어 있는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탄소 저감 시장으로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 시도된 지역 냉방 시장 활성화 정책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 부족으로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으며, 따라서 열 구동 냉방 모델에 집착하기보다는 탄소 저감 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사업 방향 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무탄소 전원으로의 전환을 고려할 때, 현재 설치된 집단에너지 열원 설비의 일부는 수소 혼소로의 전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특히 지역냉난방 부문에서의 혼소 전환은 약 10%대의 매우 양호한 전환 잠재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향후 전력시장에서의 탈탄소화 경쟁력 확보, 그리고 유연 전력 생산 자원으로써의 역할 제고가 시장보급 확대와 경쟁력 확보의 핵심 요소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전통적인 열병합발전 효율 기반의 집단에너지 사업의 장점에 집착하기보다는 선제적인 탈탄소화 전원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급변하는 국내 전력시장에서의 보급 확대 명분을 선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집단에너지 열원의 무탄소화 추진은 개별에너지공급 방식에 적용 가능한 수소 연료전지 모델과의 경쟁에서도 확실한 비교 우위를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행 탄소배출 규제 방식의 불합리성을 강조하는 데에도 매우 효과적인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개별 소비자들이 보일러 가동을 통해 개별 배출하는 탄소배출은 현행 규제의 틀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형평성 측면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며, 이에 따라 선제적인 열병합발전 설비의 무탄소화 전환 추진과 함께 집단에너지 산업의 탈탄소 기여에 대한 확실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전략의 수립 또한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집단에너지 산업의 무탄소화 추진에 있어서는 과거와 현재의 집단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핵심 열원 설비의 해외 기술 의존도는 꼭 짚어봐야 한다. 

과거 터빈 기술에 대한 심각한 해외 의존도와 더불어 자체적인 무탄소화 기술을 확보하지 않고 성급한 기술 도입과 이에 따른 비용을 정책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집단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출처 : 에너지플랫폼뉴스(http://www.e-platform.net)